삼일절 100주년 기념 공연-가곡-카푸먼 뮤직센터

삼일절 100주년 기념 공연: 감동과 아쉬움이 공존한 그 날

지난 3월 28일 목요일, 뉴욕 맨해튼의 카우프만 뮤직센터에서는 삼일절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공연이 열렸습니다. 평소 한국 전통 음악과 가곡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학창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되살릴 수 있을 것 같아 티켓 두 장을 예매하고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사실, 티켓은 한국 문화원의 프로그램 일환으로 2달러를 기부하면 무료로 받을 수 있었기에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의 시작: 아리랑의 선율 속으로

공연은 한국 문화원장과 뉴욕 한인회장의 인사말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내 무대에는 첫 곡인 ‘아리랑’이 피아노와 바이올린 협주의 형태로 울려 퍼졌습니다. 익숙한 선율이 깊은 감성을 자극하며, 그날의 공연은 눈물로 시작될 뻔했습니다. ‘아리랑’은 단순한 음악을 넘어, 지난 백년의 역사를 관통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이후 ‘새야 새야’와 같은 익숙한 곡들이 차례로 연주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총 13곡의 레퍼토리는 각각의 곡마다 독특한 감성과 메시지를 전하며 청중을 몰입시켰습니다. 특히 마지막 곡으로 선택된 ‘쥐’라는 곡은 매우 독특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쥐’: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담다

테너 가수가 열창한 ‘쥐’는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적으로 ‘쥐’로 묘사하며 그 속에 담긴 아픔과 저항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했습니다. “하나님, 왜 쥐를 만드셨나요?”로 시작하는 가사는 마치 오페라와 경극이 어우러진 듯한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음악적 표현을 넘어, 일제강점기를 겪었던 우리 민족의 슬픔과 분노를 생생히 전달했습니다. 이 곡은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며 공연의 절정을 장식했습니다.

아쉬움: 삼일절 공연의 정체성 논란

그러나 감동적인 공연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공연의 전반적인 진행이 99% 영어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곡 소개부터 공연 내내 이어진 진행, 심지어 인사말까지도 모두 영어로 이루어졌습니다. 외국인 관객은 소수에 불과했는데, 한국 관객들로 가득 찬 공연장에서 삼일절의 의미를 되새길 한국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은 섭섭함을 넘어 배신감마저 들게 했습니다.

삼일절은 우리 민족의 독립을 기념하고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입니다. 그런데 한국어가 배제된 공연 진행은 마치 한국인이 외계인이 된 듯한 기분을 들게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을 소홀히 여긴 주최 측의 태도라는 점에서 큰 실망을 안겼습니다.

삼일절 100주년 기념 공연-가곡-카푸먼 뮤직센터
삼일절 100주년 기념 공연-가곡-카푸먼 뮤직센터

사대주의의 그림자와 앞으로의 바람

이날 공연은 삼일절의 숭고한 의미와 감동을 전달했지만, 동시에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희석시키는 듯한 진행 방식으로 많은 이들에게 씁쓸함을 남겼습니다. 사대주의의 흔적이 공연 곳곳에 드러난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앞으로 삼일절과 같은 중요한 기념 행사가 열릴 때는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기획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해외에서 열리는 행사일수록 우리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히 드러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날의 감동이 아쉬움으로 묻히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삼일절의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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