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때때로,
시간이 모든 것을 지워준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흐르고 난 뒤에 남은 것들은
지워진 것보다 남겨진 감정들이었다.
이 노래, 《남겨진 사랑》은
그 ‘남은 감정’에 대한 노래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그건 운명이고, 현실이고, 생이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남는 쪽’에 머문다.
그래서 때로는
사랑이 가장 잔인하고,
또 가장 위대한 감정이 된다.
“사는 게 그런 거지, 슬퍼하지 마오…”
그 한 줄의 가사는
모든 것을 품고 있다.
사랑, 이별, 체념, 다짐,
그리고 아주 조용한 안녕까지.
이건 위로다.
더는 슬퍼하지 말라는.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도
분명 누구보다 먼저 울었을 것이다.
노래를 부를 때,
나는 감정보다 먼저
‘침묵’을 배웠다.
이 곡에는 큰 소리가 없다.
하지만 작은 떨림이 있다.
슬픔을 다 말하지 않아도
듣는 사람은 이해하게 되는 떨림.
그게 《남겨진 사랑》이 가진 방식이다.
트로트는 종종 오해받는다.
낡은 음악이라고,
지나간 세대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나는 믿는다.
이 장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가장 진하게 품을 수 있는 그릇이라고.
그래서 이 노래는 트로트여야 했다.
어쩌면 이 노래는
누군가의 마음을 달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한 나의 노래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이 노래를 들어준 당신에게
감사보다 더 큰 감정을 전하고 싶다.
오늘,
그저 함께 숨 쉬며
‘사람의 마음’을 나눌 수 있음에.
– 시온